자산운용사를 떠나 VC에 온 지 어느덧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처음 회사를 설립하면서 생각했던 꿈들을 실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기만 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회고록을 쓰게 된 이유는 이 회사를 떠나는 저의 여정을 돌아보고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업계와 회사에서 보낸 시간은 제게 소중하고 뜻깊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제 경력과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 곳에서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고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꿈만 같았던 VC에서의 시간들을 정리하며 정말 애정을 가지고 일했던 이 업계를 떠나게 된 계기와 제 향후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로 아래의 이야기들은 순전히 제 개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제 글에 업계에 관한 부정적인 비판들이 많이 녹아있었는데 이 또한 한때나마 이 일에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VC 업계 2년의 시간을 정리하며

VC에 있었던 2년의 시간이 저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자면 이 시간들은 배움과 존경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투자 업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산업의 최신 기술과 창업 생태계에 있는 뛰어난 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각종 산업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분들께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배웠습니다. 인생을 걸고 회사를 설립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들에게 느낀 부러움 또는 존경심은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힘들 때마다 떠올리면 좋을 훌륭한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또 좋았던 것은 뛰어난 동료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이 일을 안 했으면 만날 수 없었을 뛰어난 분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었고, 제 약점을 보완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인연은 이후 제 삶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희망찬 시작과 냉혹한 현실

저는 여의도에 있는 작은 창업투자회사의 공동 창업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사수로 있던 분과 나와 법인 설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해 왔습니다. 법인 설립 초기 사무실 임대, 내부 인테리어, 직원 채용, 전략 기획 등의 많은 일들을 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뭔가 잘될 것 같은 느낌으로 희망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다른 주주를 받으면서 -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지만 - 무언가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 믿었던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과 함께 오만가지 감정을 겪게 만든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회사 이름 뒤에 파트너스를 붙일지 인베스트먼트를 붙일지 고민하던 시간 만큼이나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

막상 시작하고 보니 많은 상황과 환경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정말 다양하게 일어나는 정신적으로 지치는 상황들은 항상 예상치 못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더욱 강한 의지와 인내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를 잘 그려냈다면 훗날 매일경제 같은 언론사 인터뷰에 등장했겠지만 저는 그런 인물은 안 되는 것 같네요.

이 창업 경험을 통해 창업자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벤처 투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또는 생각과는 달랐던)현실에 빠르게 지쳐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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