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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장밋빛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기도 하죠. 이 시간에도 미래의 보상을 위해 위대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는 모든 스타트업 동료들에게 존경의 말씀을 올립니다.

일단 투자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업 계획, 즉 추정 재무제표가 필요합니다. 비즈니스는 숫자의 대화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영자라면 적어도 본인의 사업과 산업에 대한 숫자의 감은 익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입니다. 아마도 대학 시절 회계원리와 같은 과목들을 수강하신 경험이 있다면, 손익계산서·재무상태표 등의 용어에 대해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나 미래의 재무제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일단 기본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재무제표의 구성

재무제표는 일반적으로 재무상태표(Balance sheet), 손익계산서(Income statement), 현금흐름표(Cashflow statement)를 일컫습니다. 자본변동표(Changes in equity)까지 묶어서 4종을 지칭하기도 합니다만, 사업 계획을 작성하는 입장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재무제표는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입니다.

재무상태표는 현재 회사의 재무 상황(stock)을 나타내는 재무제표입니다. 자산과 부채 그리고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는 특정 회계연도 동안의 매출과 비용을 기록한 장부입니다. 만약 모든 비용을 커버할 만큼 매출이 발생하여 순이익이 남는다면, 순이익은 회사 자본에 이익잉여금으로 계상됩니다. (편의상 배당 등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거나 결손금으로 축적됩니다. 재무제표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작성됩니다.

기초 재무상태표는 고정된 상수(constant)입니다. 만약 회사를 최초로 설립했다면 기초 재무상태표에서 자산 항목에는 현금(자본금과 동일한 금액), 부채 항목은 0, 자본 항목은 자본금이 계상되어 있는 상태일 것입니다.

알파이자 오메가: 손익계산서 추정

재무제표 추정은 손익계산서에서 시작됩니다. 손익계산서의 가장 윗 부분(Top-line)은 매출액으로 출발하는데, 결국 예상 매출액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손익계산서를 폭포수 차트(waterfall chart)로 표시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각각의 요소 추정 시 알아두면 유용한 실무적인 방법론과 주의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매출액

매출액은 예상 P(단가)와 Q(수량)를 곱하여 하향식으로 추정하거나, (믿을만한 제3자의 예측으로부터 발췌한) 시장 규모에 예상 점유율을 곱하여 상향식으로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두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해보고 상호 비교해 봅시다. 보통 하향식 추정을 기본으로 하고 상향식 추정은 참고 자료로 활용합니다.

매출액 = ∑ P * Q

단가와 수량을 추정하기 위해선 제품/서비스의 정체성과 예상 고객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제품/서비스의 성격이 Mass인지 Prestige인지 혹은 그 중간인 Masstige인지에 따라 경쟁사 대비 가격을 더 받든, 덜 받는 결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상 고객의 범위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모집단에서 시작해 봅시다.

앞서 필자는 '최초는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최초가 어려운 이유는 우선 '상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적으로는 낭만은 있을 수 있겠으나, 많은 공격과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연령/성별 고객확인의무를 완료한 암호화폐 거래가능 이용자 수]
(만명) 20대 이하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합계
남성 121 148 123 59 17 468
여성 44 63 60 41 14 222
합계 165 211 183 100 31 690

source: 금융정보분석원(FIU)
note: '22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중 발췌

예를 들어 필자의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암호화폐 트레이딩 솔루션의 경우, 우선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모든 개인투자자를 전체 모집단으로 가정하였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암호화폐 개인 투자자는 총 인구수 대비 13.4%(690만명/5,158만명)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암호화폐가 채택되는 속도를 인터넷 침투율에 빗대곤 하는데, 필자도 이를 차용하여 2025년까지 암호화폐 채택률이 전체 인구수 대비 70.2%까지 늘어날 것을 가정하였습니다. 여기에 장래 인구추계를 곱해보면 모집단의 증가 속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인터넷진흥원(KISA)의 자료에 의하면 1998년 7.6% 수준에 불과한 인터넷 침투율은 4년 뒤 2002년 70.2%까지 급성장하였습니다. 신기술에 대한 도입 속도가 빠른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암호화폐 채택률도 급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참고로 ITU 자료에 의하면 동 기간 글로벌 인터넷 침투율은 3.1% → 10.5%, 미국 인터넷 침투율은 30.1% → 58.8%로 증가한 바 있습니다.
[보유 금액별 암호화폐 거래가능 이용자 수]
(만명) 미보유 50만원 미만 50만~ 1백만~ 5백만~ 1천만~ 1억~ 10억원 이상
20대 19 112 10 17 4 3 0.2 0.02
30대 18 122 16 33 10 12 0.8 0.04
40대 18 92 14 32 10 15 1 0.03
50대 11 46 8 19 7 10 0.9 0.02
60대 4 13 2 5 2 3 0.3 0.01
전체 70 385 50 106 33 44 3.2 0.1

source: 금융정보분석원(FIU)
note: '22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중 발췌

예상 고객의 범위를 좁혀 봅시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자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고객이어야 합니다. 즉, 20~40대 고객 중 최소 100만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고객으로 좁혀보면 약 138만명의 고객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략해야한다는 계산이 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예상 침투율을 추정해봅시다. 여기서부터는 시장 조사가 필요합니다. 필자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을 통해 잠재 고객의 수요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 이란? Pre(앞선) + Prototype(프로토타입)의 합성어로, 시제품을 생산하기 전 시제품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혹은 가진 것처럼 보이는) 제품/서비스를 빠르게 생산 후 시장 반응을 살펴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일컫습니다. - 알베르토 사보이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필자의 트레이딩 솔루션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인구가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글이 도달되는 횟수(조회수 등으로 측정)와 적극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고객의 수를 비율로 계산하여 초기 시장 침투율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source: Futurism Labs, note: 마치 솔루션이 곧 개발될 것처럼 '가짜 대문(Fake door)'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가수요를 측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홍보한 솔루션의 조회수가 1,000을 도달한 시점에 데모를 사용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요청한 고객의 수(설문지 상 이메일 입력 등을 통해 측정)가 100명이었다면, 초기 침투율은 10%가 되겠습니다. 물론 100명 중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비율(구매 전환율)은 서비스가 출시되어야 정확히 계산될 수 있겠지만, 일단 '최소비용 최대효율'로 추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획득하였습니다. 향후 침투율과 구매 전환율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며, 이는 마케팅 및 프로모션 계획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시장의 규모를 추정할 때 자주 인용되는 준거틀인 TAM, SAM, SOM 방법론을 적용해 보겠습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690만명은 전체 시장(TAM) 입니다. 690만명 중 트레이딩 솔루션을 사용할 여력이 있다고 예상되는 138만명은 유효 시장(SAM) 입니다. 여기에 시장 조사를 통해 획득한 침투율을 곱하면 즉시 획득 가능한 시장(SOM)은 약 14만명으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제품/서비스에 대한 단가는 유사회사 또는 경쟁사 분석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필자는 블록체인 관련 데이터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업체의 서비스 단가를 조사하였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구독 서비스 업체 단가 조사]
기업명 월 구독료(달러)
TokenAnalyst 799
Dune Analytics 390
Anyblock 199
Nansen 149
PARSIQ 41
Glassnode 29
CryptoQuant 29
Chainbeat 29
Messari 24.99
IntoTheBlock 8.33

source: 각 사
note: Basic 요금제(최저가) 기준 내림차순

가장 비싼 TokenAnalyst의 경우 월 799달러인 반면, IntoTheBlock의 서비스는 월 8.33달러밖에 부과하지 않습니다. 각 사별로 제공하는 데이터의 종류와 기능 차이에 따라 명확하게 단가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고급형인지 보급형인지에 따라 책정할 단가를 취사선택하면 되겠습니다. 만약 선택이 어려울 경우 산술평균이나 중간값을 적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 규모와 단가에 대한 추정을 마무리했다면, 향후 성장을 위해 어떤 요소의 개선이 필요한지 분석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암호화폐 트레이딩 솔루션의 경우 시장 반응을 보며 판매 단가를 인상하거나(혹은 판매 가격의 티어[Tier]를 구분하거나), 유효 시장에 대한 침투율을 늘리면 될 것입니다.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내 놓음으로써 기존에 없던 시장을 창출하여 시장 전체의 파이(Pie)를 늘리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시장 전체 규모는 외생 변수로 간주합니다.

내년도에 대한 매출액 추정이 끝났다면 이를 확장해 봅시다.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월간·분기·연간 마일스톤으로 변환해보는 것입니다. 마일스톤을 세웠다면 연도별 KPI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매출액(의지치)도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의 회사는 1) 암호화폐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2)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1)에 대해선 AUM(총 위탁자산)을, 2)에 대해선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를 주요 KPI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부 지표도 존재하나, 글의 주제를 넘어서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손익계산서의 탑라인(Top-line) 추정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익히셨으리라고 믿습니다. 매출액을 추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시장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이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추정 재무제표 작성 시 반영했던 가정들에 대해, 그렇게 추정한 논거를 메모하는 습관을 기릅시다. 추정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기 때문에 수치의 변화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기록함으로써 논리를 정교하게 다져나가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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