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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source: THE WALL STREET JOURNAL, SEP-5-1989

‘트레이더의 기질’은 타고나는가?

전설적인 상품(Commodity) 트레이더 ‘리처드 데니스(Richard Dennis)’와 ‘윌리엄 에크하르트(William Eckhardt)’는 1983년 ‘트레이더는 타고나는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다 한 가지 내기를 하게 됩니다. 즉, 훈련생을 공개 모집 후 교육 과정을 거쳐 훌륭한 트레이더로 길러낼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생들은 농장에서 양육되는 거북이에 빗대어 ‘터틀(Turtle)’이라고 불렸으며, 선발된 14명은 놀랍게도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연평균 최소 38.9%에서 최고 124.1%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하였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훌륭한 트레이더는 적절한 교육을 통해 길러낼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데니스는 필기 시험과 구술 면접을 통해 훈련생을 선발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전해지는 시험 문제와 질문 내용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T/F(예/아니오 답변) 문제 예시
- 위험 한도가 10만 달러면 개별 매매 시의 위험 한도는 2만 5,000달러여야 한다.
- 이익을 실현하는 한 결코 파산할 수 없다.
- 가격이 떨어질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은 좋은 전략이다.
(후략)

서술형 문제 예시
-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 제목,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위험을 무릅쓴 일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
(후략)

source: 마이클 코벨, 「터틀 트레이딩」

데니스는 훈련생 후보들의 성품을 파악하여 트레이딩에 이로울 지, 해로울 지 판단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수학적인 능력, 특히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위와 같은 문제들을 후보생들에게 풀게 했던 것입니다.

스스로가 뛰어난 트레이더였던 데니스는 트레이더로서 필수적인 혹은 유리한 기질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니스는 확률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훈련생만 선발한 것입니다. 만약 엄밀하게 내기를 기획했다면, 무작위로 훈련생을 선별하여 트레이딩 교육을 받게 한 후 수익률을 비교해야 했을 것입니다. 즉, 데니스의 실험은 ‘생존자 편향의 오류’에 의한 잘못된 가설검증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입니다.


💡생존자 편향의 오류(Survivorship’s Fallacy)

미군 장성들은 2차 세계대전 중 전투기의 격추를 줄이기 위한 보강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교전을 마치고 돌아온 미군기에는 총알 구멍이 가득했는데, 동체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었고, 엔진에는 총알 구멍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source: 조던 엘렌버그 – 「틀리지 않는 법」, note: 교전 뒤 생존 귀환한 전투기의 총알 구멍 분포 그림

비행기의 부위

제곱피트당 총알구멍 개수

엔진

1.11

동체

1.73

연료계

1.55

기체의 나머지 부분

1.80

군 장성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체에만 갑옷을 덧댈 계획을 세웠지만, 당시 통계학자였던 ‘아브라함 발드(Abraham Wald)’ 교수는 반대로 총알 구멍이 없는 엔진에 갑옷을 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발드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전 중 엔진에 총알을 맞은 경우 귀환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만 운 좋게 엔진을 비껴 동체에만 맞은 경우,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오히려 동체는 생각보다 더 튼튼하기 때문에 엔진의 갑옷을 보강해야 한다.”

군 장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복귀한 전투기들은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이라고 간주했을 것입니다. 발드는 오히려 총알 구멍의 분포가 무작위라고 생각했고, 사라진 총알이 어디로 갔을까 의심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통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항상 주장이 품고 있는 가정이 어떤 것인지, 그 가정은 옳은 지 의심하는 것입니다. 앞서 데니스의 트레이더 훈련생 선발 과정에서 무작위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 외에 다른 요인이 성공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심리 관리가 어려운 근본적 이유

트레이더가 되기 위한 타고난 기질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인간의 심리는 트레이딩에 부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투자 혹은 도박을 할 때 돈을 잃을수록 되려 즐거웠던(?) 경험이 있을까요? 물론 우리의 직관에서 벗어나는 황당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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