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다른 이에게 귀감이 되고, 다만 몇 명이나마 인생을 살아가는데 참고될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게 영향력이라는 단어는 성공 그 자체와도 같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제 개인적인 정의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기억엔 TV 프로그램에 나와 인기를 얻었던 일반인이 연예 기획사와 '인플루언서 계약'이라는 것을 맺었다는 뉴스를 통해 이 단어를 처음 접했던 것 같습니다. 점점 인플루언서는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이 됐고 지금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직업,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나 혼자 산다'에 기안84 친구로 출연했던 김충재씨. TV 출연 후 인기를 얻으며 연예기획사 에스팀의 관계사와 '인플루언서 계약'을 맺었습니다. (출처 = 엑스포츠뉴스)

마케팅 용어가 된 "선한 영향력"

이웃과 사회가 행복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순수한 꿈을 꾸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 “선한 영향력”이란 단어를 알게된 무렵 이렇게 나의 소명을 간결하게 관통하는 단어가 있을까 생각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 요즘엔 연예인들의 수상 소감이나 유명인들의 기부 뉴스에 이 단어가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착함도 브랜드가 된 세상에서 본인이 가진 긍정적인 영향력을 광고하는 것은 더이상 겸손에 어긋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나 저러나 남들을 위한 선행이 많아지고 사람들에게 독려 받는다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은 잠깐 제쳐두고 이러한 현상에서 투자자로서 주목할만한 부분이 무엇일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오랫동안 소수가 독점하고 있던 영향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주 많은 개인에게 나눠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루게릭병 환자 기부를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켓 챌린지 (출처 = 스타뉴스)

팔로워가 돈이 되는 세상

인플루언서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연예인을 활용한 TV 광고 그리고 포털사이트의 지면 사이 어느 지점에서 독자적인 광고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노출에만 의존했던 전통적인 광고 대비 구매 전환 효율 또한 월등히 높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영업비밀이 된지 오래기도 합니다.

재밌는 점은 팔로워가 천명이 되지 않아도 인플루언서로서 활용 가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출처 = 콘텐타, KOTRA)

팔로워 수는 광고 효율이 되고, 광고 효율은 돈이 됩니다. 때문에 광고 업계에도 팔로워에 따라 인플루언서를 구분하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대략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면 연예인급의 메가(Mega) 인플루언서로 분류됩니다. 뒤따라 10-100만 사이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면 매크로(Macro), 1만~10만 팔로워 계정은 마이크로(Micro) 인플루언서로 칭합니다. 놀라운 것은 1만 팔로워가 채 되지 않는 계정들도 나노(Nano) 인플루언서로 구분되며 분명한 광고 매체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브랜드의 전략은 줄 세우기, 줄을 세우는 건 인플루언서

솔직히 저는 줄 서서 먹는 맛집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가 못 들어가면 다 나쁜 거기 때문이죠) (출처 = 매일경제)

요즘들어 (소위 말하는) 장사꾼들이 뾰족하게 갈고 닦는 기술이 하나 있습니다. 가게 앞에 줄을 길게 늘어뜨려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일입니다. 온라인에서는 리뷰와 추천이 줄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넘쳐나는 제품들 속 구매라는 까다로운 의사결정을 내리기엔 남들의 추천을 참고하는 것만큼 편한 방법이 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만났던 브랜드 회사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뉴미디어 컨텐츠 제작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이용한 바이럴에 장점을 가진 이 회사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본인들의 광고를 무조건 볼 수밖에 없다는 치밀한 자신감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나 개인의 추천으로 끌어올 수 있는 소비자의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제품이 어떤지보단 길게 늘어선 줄이 브랜드의 가치로 인정 받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줄 서기를 하나의 문화로 여긴다는 논평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의 판단보다는 시류를 더 참고하고 대세만이 더 대세가 되는 현상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이 비가역적인 소비 트렌드라면 유연히 수용하고 기회를 잡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애드테크 탄생의 기회?

시장이 커지면 참여자들의 의사 결정 체계 또한 고도화되기 마련입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졌던 인플루언서 발굴과 광고비 산정은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비효율과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려는 다양한 사업들이 등장할 것임은 상당히 예측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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