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운용에서 사후 관리는 리밸런싱인데?" 벤처 투자의 사후관리란 무엇인가 [VC 투자 단상]
VC는 어떻게 사후관리(리스크 관리)를 해야할까요? 벤처 투자는 High Risk, High Retrun의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High Risk를 Medium Risk로 만들기 위해 VC들이 쌓아온 노하우에 대해 알아봅시다.
투자를 잘하려면 회사만 잘 고르면 끝일까요?
6월 19 ~ 23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주관하는 합숙 교육에 다녀왔습니다.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위해서는 전문 인력 2명이 필요한데 위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 전문 인력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참여하는 VC 내부자들 이외에도 업계 진입을 희망하는 다양한 분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교육은 합숙 5일, 출퇴근 교육 3일 총 8일로 다양한 강의로 구성됐습니다. VC 개요 및 투자 동향 등 개괄적인 내용을 다루는 강의부터 투자심사보고서 작성 방법과 같은 실무에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강의까지 알찬 강의가 많았습니다. 업계에서 정말 잘나가시는 분들의 강의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5일에 걸친 강의를 다 듣고 나서 느낀 점은 '어떻게 해야 벤처 투자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글 [VC심사역 커리어 가이드 #1] 워런 버핏이 되고자 하는 VC 심사역 이야기 역시 투자 방법론에 관한 것이었죠. 우리는 많은 책과 영상을 통해서 투자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투자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없는 듯 합니다.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투자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학습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주식을 똑같은 시점에 사더라도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투자를 한 이후에 사람마다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상장 주식과 상장 주식은 거래 유동성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 방식이 다르므로 이번 글에서는 K-VC의 사후관리 방식에 대해서 작성하였습니다.
사전 관리? 사후관리?
우선 사후 관리의 개념 정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협회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VC에서는 사후 관리와 리스크 관리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VC는 어떤 방법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상장)주식형 펀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하거나 종목/자산 비중 조절을 통해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하지만 VC 조합의 경우 금융 상품 편입이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사고 팔았다 할 수가 없으며, 벤처기업의 특성 상 리스크가 터졌을 때는 마땅히 대응할 만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VC의 경우 리스크 관리를 사후적으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다양한 안전 장치를 두어 리스크를 줄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와 사후 관리를 동일한 의미로 사용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빡빡한 계약서 - 멀어지는 우리 사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투자 계약서입니다. 국내 VC가 사용하는 계약서는 협회에서 제공하는 계약서를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에 투자 건 별로 추가적으로 삽입해야 하는 특약 사항(ex. 목표 실적 미달성에 따른 전환가액 Refixing 등)을 더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VC가 투자하는 대상이 벤처기업이라는 것입니다. 리스크 관리는 투자 업체가 성공하면 필요없는 업무입니다.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하여 미리 그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인데 벤처기업의 특성 상 문제가 터진다면 계약서 조항 몇 개로 피해를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망했을 때는 이미 상환권이고 주식매수청구권이고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VC가 가지고 있는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저런 조항들을 근거로 벤처기업을 압박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계약서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깎아보자 낮춰보자 - 밸류에이션 후려치기
다음으로는 투자 시 기업 가치를 확 낮춰서 투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정상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기업에서는 조달하고자 하는 금액이 있는데 밸류에이션만 무작정 낮추면 지분율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상장 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IPO까지 고려한다면 제한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업가치를 합리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밸류에이션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낮은 밸류를 지르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역선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일단 낮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하여 훗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제거하는 게 맞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최근 SAFE라는 방식이 생기면서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지만 SAFE 투자 또한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IR 자료에서 회사가 제시하는 추정 실적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그 실적을 반토막 내서 밸류에이션을 후려치는 것이나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투자자로서 인정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의 미래 실적을 합리적인 기준을 두고 추정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야!나두 껴줘 - 클럽 딜
VC에서는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동시에 클럽 딜을 통하여 투자 금액을 줄임으로써 리스크를 낮추기도 합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조달 금액을 전부 떠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타 VC에 넘김으로써 비중 조절을 하는 것인데, 이 방법도 널리 쓰이는 방법입니다.
저는 클럽딜에 대해서 항상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딜이라면 굳이 나눠서 할 필요가 있을까요? 본인이 심사역으로서 검토하고 있는 회사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다른 투자사를 끌어들여서 마음의 위안을 삼고자 하는 클럽딜은 우리가 지양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LP는 심사역의 역량을 믿고 돈을 맡기는 것인데 본인들이 믿고 맡긴 심사역이 다른 하우스의 유명 심사역을 따라 무지성 투자를 하면 굳이 그들에게 돈을 맡길 이유가 있을까요?
VC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그렇다면 회사와 투자자 입장 모두에 Win-Win인 (이상적인)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바로 VC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VC의 본질은 창업기업의 성장 지원입니다.
투자금을 쏘고 앉아서 기다리는(Spray-Pray) 것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도와 Downside Risk를 없애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근본적인 사후관리가 아닐까 생각하며, 사전적인 의미에서 사후관리의 개념과 가장 맞닿아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투자자로서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리스크 제거 방법은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깊게 파고들어 회사를 분석하여 퀄리티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리스크 헷징이 아닐까요? 여러 기업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리스크를 줄여줄까요?
전략적 투자자로서 아니면 재무적 투자자로서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업은 회사의 임직원들이 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회사의 모든 상황을 알기 어렵고 모든 결정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부분 방관자로서 존재합니다. 안 될 것 같은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가만히 두더라도 잘할 수 있는 창업팀을 찾아내는 게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가장 좋은 길이 아닐까요?
가장 큰 리스크는 확신없이 투자한 회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위기와 같은 체계적 위험이 커지는 경우에 잘 알지 못하는 회사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기 마련입니다. 심사역으로서 최고의 리스크 관리는 끊임없는 공부와 창업자에 대한 관심이며, 이에 기반하여 좋은 회사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