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좋아할지 몰라 일단 다 담아 봤어" SPAC 포트폴리오 전략, 직접 해보겠습니다
SPAC은 원금은 보장하면서 합병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여기에 합병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내는 필터링을 끼얹는다면? SPAC 포트폴리오 전략의 실전 적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확률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높은 SPAC을 골라보자
진입과 퇴출 기준이 없는 전략은 반쪽짜리
원칙을 지키는 일은 지루하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동상이몽회관 펀드에서 퀀트(Quant)를 담당하고 있는 Futurist 입니다. 필자는 A.I와 해리킴과는 사뭇 다른 시선에서 시장을 바라봅니다.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트레이딩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종목 자체의 내러티브 보다는, 계량 분석에 의한 구조적인 차익거래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칼럼을 통해 SPAC 포트폴리오 전략 아이디어에 대해 공유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 전략이 아이디어로만 끝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그래서 실제로 제 아이디어를 검증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략의 뼈대가 되는 로직은 위 칼럼에 자세히 설명해두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상장 SPAC 중 합병 가능성이 높은 SPAC을 선별하여 합병 차익을 노리는 이벤트 드리븐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확률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높은 SPAC을 골라보자
2023년 10월 13일 기준 KOSPI, KOSDAQ 시장에 상장된 SPAC은 총 83종목으로, 상장된 전 종목(우선주 포함) 중 약 3.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총 10종목에 분산 투자 하기 위해 아래의 기준으로 종목을 선별하였습니다.
1. 합병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 중인가?
이미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 중인 경우, 합병 이벤트 재료가 소멸되었다고 판단했기에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해당되는 25종목을 제외하면 투자 대상 SPAC은 58종목으로 줄어 듭니다. 상장 예비심사에 대한 공시는 기업공시채널 KIND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원금 보장이 가능한가?
SPAC 투자의 장점은 상장 후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투자자에게 공모가와 거치기간 이자 만큼을 반환1해준다는 것입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상장된 SPAC의 경우 해당 시점의 금리가 적용된 바, 공시 반환 예정 가액이 낮은 편입니다. 단, 실제로 반환될 금액은 만기 시점의 금리를 반영하므로 최초 공시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21년 5월 21일에 상장된 삼성스팩4호의 경우 공시 반환 예정 가액이 2050원(세후 연환산 금리 0.83%)에 불과하지만, 2023년 10월 13일에 상장된 에이치엠씨제6호스팩은 2234원(세후 연환산 금리 3.76%)에 달합니다.
필자는 현재 주가가 공시 반환예정 가액보다 작은 종목 만을 골라냈습니다.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원금은 보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반환 예정 가액은 각 SPAC의 증권신고서 'VI. 그 밖에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에 공시되어 있습니다. (알파를 찾기 위해선 노가다가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신고서를 하나씩 열어서 확인해 봅시다.)
3. 빈티지(Vintage)와 액면가?
마지막으로 합병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점인, 상장 후 6개월~2년 빈티지의 SPAC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다만 공모가 10,000원인 '메가 SPAC2'은 제외하였는데요, 중·소형 SPAC에 비해 합병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통상 신주 발행시 공모 규모는 예상 시가총액 대비 20% 수준으로 결정됩니다. 현재 상장된 SPAC의 평균 시가총액 150억원 수준을 감안할 경우, 합병 대상 기업의 적정 기업가치는 평균 600억원 수준에 분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150억원 / [600억원 + 150억원] = 20%)
그런데, 메가 SPAC의 경우 최소 300억원~최대 1,000억원 대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메가 SPAC은 상당히 기업가치가 높은 법인과 합병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 기업가치에 자신있는 법인은 수요예측 과정을 거쳐 공모 시장의 평가를 받고 상장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메가 SPAC의 경우 합병 대상을 찾는 일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진입과 퇴출 기준이 없는 전략은 반쪽짜리
최종적으로 필터링을 거친 후 도출한 17종목 중, 현재 주가와 공시 반환예정 금액 간 차이를 계산하여 괴리가 큰 순서대로 10종목을 최종 선별하였습니다. 최종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TICKER 종목명
A448830 미래에셋비전스팩3호
A446750 하나26호스팩
A446190 미래에셋비전스팩2호
A440820 엔에이치스팩27호
A449020 유안타제13호스팩
A445360 비엔케이제1호스팩
A446150 유안타제12호스팩
A440790 교보13호스팩
A445970 신영스팩9호
A424140 케이비제21호스팩
1. 진입(Entry)은 어떻게 하나요?
최종 선정한 10종목의 전일 종가를 지정가로 진입하였습니다. 만약 당일 체결이 안 될 경우, 익일 동일한 기준 지정가로 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습니다.
2. 퇴출(Exit) 타이밍 언제인가요?
매도는 2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1) 합병 이벤트(상장 예비심사 신청) 발생
합병 신주 상장 전일까지 해당 종목을 보유할 예정입니다. 통계적으로 합병 신주 상장 전일에 매도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2) 합병 이벤트 미발생
만기까지 보유함으로써 공모가와 거치기간 이자만큼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합병에 실패하고 소멸할 경우의 수 입니다. 참고로 SPAC 합병 확률은 약 50% 정도 수준입니다.
3. 매도 이벤트 이후 포트폴리오 교체
매도 이후 동일한 필터링 기준으로, 반환 예정 가액 대비 가장 저렴한 SPAC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예정입니다. 이 때에도 진입은 1.에서 설명한 기준과 동일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지루하다
최초 포트폴리오 구성 이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있었던 종목은 없었습니다. 주가는 마치 심정지가 온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KODAQ 지수가 하루에 3%가 빠지건 7%가 오르건(!) 말이죠.
역동적인 트레이딩을 즐기는 분들은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필자는 단언컨대 원칙을 지키는 트레이딩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해둔 규칙 외 상황은 모두 노이즈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주가 변동성은 낮은 편이지만, SPAC은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편안한 투자가 가능하면서도 업사이드를 노릴 수 있는 상품입니다. 더 나아가 아무 SPAC이나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함으로써 알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편입한 종목 중에 합병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찾아뵙겠습니다. 💸
Disclaimer 본 칼럼에 기재되고, 인용되고, 활용된 정보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무렵의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향후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및 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동 정보는 신뢰할 만한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필자가 그 정확성 및 적정성을 보장하지는 아니하며, 해당 정보의 오류 또는 누락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책임도 지지 아니합니다.
💡 SPAC 공모자금은 어디에 보관될까?
SPAC 공모자금은 합병 실패 시 일반주주에게 원금 + a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운영비용 등을 제외하고 90% 이상을 증권금융에 예치되어야 합니다.
증권금융에서는 '기업인수목적회사예수금' 상품을 운용하고 있으며, 현재 자유입출식의 경우 약 세전 2.9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행적으로 SPAC의 공모가는 2,000원에 형성되었지만, 하나금융25호스팩을 시작으로 공모가 1만원 SPAC이 종종 상장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엔에이치스팩19호, 20호의 경우 5:1 주식 병합을 통해 주당 가액이 10,000원(액면가 500원)으로 변경된 케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