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가 아닌 블록체인 기술 회사를 찾는다면?” STO 시대를 준비하는 인프라 회사들
STO 가이드라인이 발표된지 세 달이 되어갑니다. 언젠가 모든 주식들이 토큰 증권의 형태로 거래될 수 있을까요? STO 시대를 준비하는 다양한 사업 주체와 스타트업들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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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를 떼는 국내 STO 시장
국내 토큰 증권(Security Token)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STO의 제도권 편입 원칙을 밝히고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토큰의 증권성 판단 기준과 발행/유통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STO란?
토큰 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분산원장, 즉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화(토큰화) 한 형태입니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 토큰형 증권 제공)란 이러한 토큰 증권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것을 말하며, 토큰 증권에 대한 ICO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합니다.
현재 발행, 유통되고 있는 여러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성 해당 여부는 정확한 판단 원칙이 미비한 상황이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가상자산 리플(XRP)의 발행사 리플랩스(Ripple Labs)와의 소송 등의 법적 사례를 참고하여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부 혁신금융서비스(금융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 받은 회사에 한해 STO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받은 업체 대부분 실물자산에 대한 조각투자를 주력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어, 국내 STO 산업은 토큰 증권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라는 제한적인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각투자가 전부는 아니다
실물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는 토큰 증권이 있기 전부터 ABS(Asset-backed Security, 자산유동화증권)라는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ABS는 채권이나 부동산 같이 정기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을 기초로 하여 지분, 수익 등의 권리를 증권의 형태로 판매하고 대상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는 금융 기법을 말합니다. 유동자산의 특성에 따라 MBS, CDO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얼마 전 레고랜드 사태에서 디폴트 공포를 불러왔던 어음 또한 ABCP라는 자산유동화증권의 한 종류입니다.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증권형 토큰은 자산유동화라는 면에서 ABS와 정확히 같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차이점은 토큰 증권을 활용할 경우 발행과 유통 절차를 크게 간소화할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복잡한 절차 탓에 반드시 증권사를 통해야 했던 ABS와는 다르게, 토큰 증권은 프로토콜만 준수한다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유통 업무를 대체할 수 있어 손쉽게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STO의 활용처를 자산유동화에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각투자 서비스들은 특유의 효율성을 무기로 새로운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왔으나, ABS가 아닌 토큰 증권으로만 구현할 수 있는 특별한 자산군이 얼마나 존재할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실제로 뮤직카우의 경우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고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토큰 증권이 실질적인 비용 효율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규모의 경제가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STO가 노리는 더 큰 시장
미국에서는 토큰 증권을 자산유동화보다는 IPO나 ICO 같은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이나 기업 채권에 토큰 증권을 활용할 경우 발행 및 유통 과정을 간소화하고 자금 조달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벤처캐피탈에서 일을 하다보면 비상장주식 투자 시 행정적으로 번거로운 절차들을 만나게 됩니다. 일반적인 비장상회사들은 전자증권을 발행하고 있지 않아 실제 주식을 계좌로 수취할 수 없습니다. 대신 피투자사에 주권미발행확인서와 주주명부를 요청하여 회사의 주주임을 증명하게 되는데, 신주 발행 시 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마다 이와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반복하게 됩니다. 만약 토큰 증권의 형태로 주식이 발행된다면 가장 먼저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STO 산업도 자산유동화를 넘어 증권발행을 대체하는 형태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각종 증권의 발행/유통 효율성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글로벌 각지에서 유동성을 끌어올 수 있도록 확장성을 갖추는 일이 STO 산업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STO 인프라 구축 현황
1. 발행
ST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적격 발행인은 계좌관리기관으로 등록해 직접 토큰 증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그 한도가 최대 100억원으로 제한(소액공모 한도)되어 있고, 계좌관리기관에 일정 수준의 기준(자기자본 요건 등)이 요구될 것을 고려했을 때 계좌관리기관인 증권사의 역할은 STO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블록체인 기술 업체들과의 컨소시엄을 구축하며 STO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조각투자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발행 플랫폼을 만들고 다양한 상품들을 유치하는 것이 단기적인 사업 방향성으로 예측됩니다. 향후 법안이 구체화되고 제도가 안정화됨에 따라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 연결성을 확보하고 보다 많은 유동성을 끌고 올 수 있는 방안이 연구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 유통
STO 가이드라인은 토큰 증권의 발행과 유통이 구분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산하의 디지털증권시장이 출범될 계획에 있으며, 별도의 민간 사업자들을 장외거래 중개업자로 지정함으로써 다양한 대체거래소가 운영될 전망입니다.
실물 자산의 소싱, 증권 발행, 유통을 하나의 주체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기존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에 맞춰 유통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상품별로 파편화되어 있는 시장보다는 여러 자산군을 통합한 유통 플랫폼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은 HTS, MTS로 이미 많은 사용자 풀(Pool)을 확보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진입하기에 유리한 영역임이 자명해 보입니다.
3. 보관
토큰 증권이 국내법의 규제를 받고 프라이빗 블록체인 상에서 발행되는한 메타마스크(Metamask)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지갑 서비스가 활용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당장은 토큰 증권의 발행 주체가 지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으로 생각되며, 향후 표준 프로토콜이 정립됨에 따라 여러 자산을 통합하여 관리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가 생겨날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 증권이 발행될 때를 대비해 지갑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지크립토는 모든 거래 내역이 열람 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영지식증명을 활용해 인증된 사용자만 거래내역을 복호화해 열람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사업 기회는?
현재까지의 규제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존 토큰 증권 사업을 영위하던 스타트업보다는 증권의 발행/유통 인프라를 선점하고 있는 증권사가 유리한 사업적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토큰 증권 거래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목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지속적인 거래량을 확보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서부터, 필연적으로 유동성이 작은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때 어떻게 합리적인 가격을 정의할지와 같이 해결이 필요한 많은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본격적인 입법에 앞서 대부분의 사업 주체들이 숨고르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참여자 모두 단기적으로는 법률적 리스크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수요에 후행하는 제도의 특성상 토큰 증권의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필연적으로 뒤따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사업군에 기회가 있을지 계속해서 트래킹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newsroom.koscom.co.kr/34046
https://zdnet.co.kr/view/?no=20230215141014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6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