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UX에 로봇을 끼얹으면?
요새는 서빙 로봇, 커피 제조 로봇 등 많은 로봇을 실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목차
0. 서문
1. 로봇의 개념
2. 협동/물류 로봇 및 F&B 로봇의 성장 배경 및 사례
3. 로봇 생태계 확장의 이면
4. 결론
5. 두 줄 요약
0. 서문
최근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및 확대)로 인해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투자한 수많은 SI성 투자 중에서도 규모 있는 투자(지분율 15%)였기 때문에 시장에선 더 큰 관심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테슬라의 옵티머스 개발 등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소식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 소식이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로봇을 두 눈으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로봇을 공장에서만 볼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호텔, 식당 등에서 서비스 로봇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웨어러블 로봇, 내시경/복강경 수술 로봇 등까지 등장하며 로봇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을 확정적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요? 로봇이 현재의 우리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로봇의 간단한 개념, 현재 로봇 산업이 직면한 문제점 및 향후 방향성 등을 다뤄보겠습니다.
1. 로봇의 개념
로봇은 공장 자동화에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은 제품 생산부터 출하까지의 공정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며, 서비스용 로봇은 물류, 의료, 안내, 청소 등 개인 또는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인간의 편의를 돕는 로봇을 뜻합니다. 이 중에서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로봇은 협동/물류로봇과 서비스 로봇 중 F&B 산업에서 활용되는 로봇입니다.
왜 이 두 영역에 있는 로봇들이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을까요?
2. 협동/물류 로봇 및 F&B 로봇의 성장 배경 및 사례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출산율 저하의 여파로 점점 더 가파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력은 감소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요? 결국 인간의 빈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협동(물류)로봇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LG전자의 창원 스마트파크입니다. LG전자는 창원 공장에서 대부분의 물류 작업에 AGV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로봇뿐 아니라 AI를 적용한 협동로봇을 생산라인 곳곳에 투입하여 생산성을 끌어올렸습니다.
F&B 로봇에서는 치킨/아이스크림/커피 등을 만드는 로봇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치킨 조리 로봇을 도입하여 튀김 공정을 자동화한 ‘롸버트치킨’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인간의 경우 1시간에 치킨을 6마리 정도 튀길 수 있는 데 반하여 롸버트치킨은 1대의 로봇으로 시간당 50마리 이상의 치킨을 만들 수 있으며, 인간의 개입은 제조 과정 전체에서 필요없다고 합니다.
위에서 간단하게 살펴본 협동/물류 로봇과 F&B 로봇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덕분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위험한 일을 로봇에 일임하고 인간은 보다 생산적인 업무에 배치할 수 있게 되었으며 노동력 감소 및 인건비 증가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로봇 생태계 확장의 이면
그렇다면 로봇의 도입은 인간 사회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일까요?
로봇에 인공지능이 탑재되면서 인간과 로봇이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생산 공정에 투입되기까지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데 반하여 로봇은 제작만 되면 바로 투입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지능은 일정 수준까지 성장하면 그 이상 성장하긴 어려우며 정체되다가 궁극적으로는 퇴화 상태에 빠집니다. 로봇은 인간과 달리 지능이 나날이 발전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생산단가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로봇에게 내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결국 인간에게 부정적이지 않냐고 하는 의견이 있다는 것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러한 상황은 어쩔 수 없는 미래처럼 보입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로봇을 만들어 대체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인간의 다른 일자리까지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 견해에 의하면 아직까지 로봇은 인간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가 2조 원을 상회하고 두산로보틱스가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상장한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기업 가치를 떠나서 ‘실질적으로’ 로봇 산업이 인간 사회에 도입되려면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까요?
그 이전에 제가 생각하는 로봇의 개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로봇이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닌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또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꺼려하는 일들을 아무런 불만없이 수행하면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적/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존재’가 로봇의 최종 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처럼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이동성을 갖추고, 인간의 Vision 능력을 그대로 복사한 듯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인간의 자연어를 100% 알아듣는 로봇이 필요하게 되죠. 결국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돼야 1차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로봇은 일정 수준의 음성&이미지 인식/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인데, AI 기술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또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과 이를 통제하는 관제 시스템과의 지연없는 통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5G 이후의 통신 기술에 대한 요소 기술 확보도 요구됩니다. 이렇듯 로봇이 완벽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 기술들의 발전이 필요한데, 기술만 있으면 되는 걸까요?
우리 인간 역시도 로봇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의 일자리를 뺏을 수도 있는 로봇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같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 인간의 UX에 맞춰진 이 세상을 로봇과의 공존을 대비한 로봇 친화적 UX로 변화시켜야 함을 의미합니다. 물병 하나조차 인간의 손으로 잡기 편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로봇이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면 로봇 기술이 발전해야 함과 동시에 인간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로봇 산업에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들이 철폐돼야 합니다. 현재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차량으로 분류되어 인도로 다닐 수 없으며, 공원녹지법에 의해 공원 진입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도로교통법 : 배달로봇을 차로 규정하여 인도 주행 금지. 운전면허 소지자의 동행 필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 시행령(공원녹지법) : 30kg 이상인 공력 장치는 공원 출입 금지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생활물류법) : 물류를 나를 수 있는 주체를 '사람'으로 한정
개인정보보호법 : 기업이 자율주행 로봇에 부착된 카메라로 영상 정보를 취득하하여 저장 및 외부 송출하는 것을 금지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실증 사업이 몇 건 진행되고 있으며, 해당 사업자들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규제 당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걱정하는 문제점 대부분은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죠. 결국 정책 입안자들 스스로 로봇을 받아들이려는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 입니다.
4. 결론
저는 로봇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AI/통신 등의 기술이 보다 더 발전한 형태로 로봇에 탑재돼야 하며, 기술 발전과 더불어 로봇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려는 인간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VC로서 로봇 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하여 다양한 요소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집행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로봇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5. 두 줄 요약
실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로봇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고, 주식 시장에서는 로봇 섹터가 부각받으며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시가총액 2조 원을 상회하고 있음. 이로 인해 로봇이 본격적으로 인간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음.
인간을 도와주는 도구로서의 로봇 / 사회적 관계로서의 로봇이 본래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며 인간 사회의 UX도 로봇에 맞춰 변화하고 로봇에 대한 인식 개선/규제 개혁도 수반되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