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창업자가 바라본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인재상 [스타트업 비망록]
'인사가 만사'라고 흔히 말하지만,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그 진의를 깨닫는 데에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은 사람이 없으면 일이 성립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목차
5인의 공동창업자
잇따른 C레벨의 퇴사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사람
맺음말
어느덧 법인을 등기친지 만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만, 시간의 밀도는 최소 2배 이상 된 듯 합니다.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일을 겪었다고 자부하지만, 스타트업 경영에 있어 HR 만큼 정답이 없는 주제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지난 2년의 사업 기간을 '사람'의 관점으로 반추해보고,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 필자 나름대로 도달한 답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5인의 공동창업자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적정한 공동창업자 수는 몇 명일까요? 아마 각자의 가치관에 소수를 선호할 수도 있고, 다수를 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 5명의 공동창업자로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시작부터 5명이나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풀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는 좋은 인력을 5명이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꽤 어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갔던 걸까요, 개성이 뚜렷했던 공동창업자 간에는 꽤 자주 의견 불일치가 있었고, 결국 회사를 설립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2명과 이별하게 됩니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별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름답게 헤어지는 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말이죠.
잇따른 C레벨의 퇴사
두 번째 이별은 대비할 틈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왔습니다. 한창 사업의 명운을 걸고 TIPS를 준비하던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 퇴사를 극구 말렸지만, 이미 떠난 마음을 되돌리기는 어려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TIPS에는 선정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명의 임원도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나에게 저들을 붙잡을 만한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지, 아니면 우리의 사업에 비전이 없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빈자리를 채운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습니다. 일당백을 자처했던 우리 팀원들에게 지면을 빌려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고 싶습니다.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사람
필자의 사례만 보더라도, 스타트업은 인력 회전이 굉장히 빠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스타트업 C레벨들은 HR에 대한 고민 하나 쯤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역시 창업하기 전 HR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입사와 퇴사를 경험하면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답에 이르렀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구체적으로 이런 사람들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스페셜리스트 보단 제너럴리스트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항상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인력 회전율이 높기 때문에 언제나 업무의 공백이 발생할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빈자리가 생긴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이를 채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인들에게 지금 회사에서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받으면, 우스갯소리로 '인사총무재무전략기획' 담당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관여하고 있는 일이 많다는 의미로 이렇게 표현하곤 합니다.
즉, 하나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여러가지를 두루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잘 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배울 준비가 되어 있으면 더욱 좋겠지요. RPG로 비유하자면, 힘이나 지능에 올인한 게 아니라, 힘/민/지 골고루 갖춘 캐릭터가 좋다는 의미입니다.
2)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
스타트업은 사업계획이 제대로 지켜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자주 피봇이 이뤄지고, '삽질'은 숙명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승건 대표님이 토스를 만들기 까지 8번 피벗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로부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오래 버틸 확률이 높습니다. 성공한 스타트업에서는 얼마나 많은 우연과 삽질이 중첩되었을까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3) 문맥 전환 비용이 낮은 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스타트업 씬에 발을 딛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 상 시스템이 없는 조직일수록 오히려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합니다. 그런데 싫어하는 일은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일에 집중하기 까지 더 많은 심리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문맥 전환 비용1’이 높다는 뜻입니다.
문맥 전환 비용이 낮은 사람들은 싫어하는 일이라도 회사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보다도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인재상이며, 면접 때 반드시 확인해보는 능력치입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문맥 전환 비용이 높은 사람은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싫어하는 일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항상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되새기는 상투적인 경구입니다. 그런데 몇 번의 가상자산 시장 위기를 겪고 스타트업 빙하기를 지나면서 더욱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스타트업 HR 담당자들은 오래 버틸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위한 기준 3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팔방미인, 높은 회복 탄력성, 낮은 문맥 전환 비용. 무엇보다도 낮은 문맥 전환 비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이겠습니다.
오늘도 사람 문제로 고뇌하고 있을 모든 스타트업 C레벨에게 이 글을 바치며, 필자와 땀내나는 스타트업에서 함께 일해보고 싶은 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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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맥 전환 비용은 본래 컴퓨터과학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컴퓨터가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시간과 노력의 소모를 의미합니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자면, 한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전환할 때 집중력과 생산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의 소모를 뜻합니다.